2004/02/06(금)

영국은 감시카메라 천국  

 
폐쇄회로TV(CCTV)가 범죄예방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가 이같은 감시장비를 확충하고 있어 찬반 논쟁이
뜨겁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6일 영국 정부가 범죄 예방과 질서
유지 등의 명목으로 공공장소에 대한 감시 장비를 날로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폐쇄회로 카메라들이 정작 범죄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선 현재 4백만대가 넘는 감시카메라들이 도심과 교통 체계를
비롯해 사무실 건물과 은행, 상업지구, 주거지역, 식당, 교회,
술집 등 국민 생활 전반을 관찰하고 있다. 카메라 1대가 국민
14명을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1990년에는 이같은 감시 체계를
도입한 지역이 3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0여곳에 이른다. 영국은
이를 위해 최근 10여년간 무려 2억5천만파운드(약 5천5백억원)를
쏟아부었다.

이같은 감시 체계에 국민 대부분은 안도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레스터대의 마틴 길 교수(범죄학)는 “영국민들은 거리의
카메라들이 범죄와 무질서를 방지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감시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영국사회가 ‘빅 브러더’(감시자)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 카메라들이
몰래 설치되어 있어 관음증을 자극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감시 카메라의 80%가 안내판
부착을 의무화한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정밀 촬영이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런던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CCTV가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준다는 인식도 오류에 불과하다”며 “감시시스템과 범죄 감소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1년6개월간
실시된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 감시카메라가 범죄를 줄이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허유신기자 whynot@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