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16(월)

인터넷실명제 찬반논란  


“여론에 재갈”-“책임있는 비판”

인터넷언론의 총선 관련 게시판 실명제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9일 인터넷언론 게시판에서 실명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책임있는 비판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한나라당 등이 인터넷실명제를 추진하는 본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음’이 지난 1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즉석 투표에서는 이번
조처에 대해 ‘게시판 정화와 책임있는 비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16일 오전 현재 전체 3433명의 56.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은 42.1%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온라인 여론조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실명제에 찬성하는
이는 전체 응답자 1347명 가운데 15%에 불과하고 83%는 반대
의사를 보였다. 2%는 판단을 유보했다. <인터넷한겨레>의 네티즌
여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언론과
시민단체의 선거법 불복종 운동에 대한 반응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2340명의 73.5%가 ‘불복종으로 개악을 막아야 한다’며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 합의도출을 존중해서 이
운동에 불참하겠다는 의견은 26.5%에 그친다.

‘다음’의 게시판에서 ‘민생현안은’이라는 아이디를 쓴 이는
“무엇이든 법으로 만든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터넷의 익명성이 게시글의 질을 하락시킨다면 좋은 인터넷 문화,
토론 문화가 발전하도록 여러가지 캠페인, 교육 등에 투자하면
된다”면서 “무조건 안되면 ‘법으로’라는 게 국회의원의
논리인가 보다”고 의원들의 발상을 비판했다. ‘레이드’라고 쓴
네티즌은 “익명성 때문에 피해도 많지만 실명제가 도입되면 누가
게시판에 글을 올리겠는가”며 “다시 국민들은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가을의 기사’는 “물론 욕설이나
근거없는 비방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 한
번 올렸다가 고소당하는 사람 나온다. 지금 정치하는 꼴을 보면
욕밖에 안나온다. 그게 겁나서 이러는가”라고 썼다. <오마이뉴스>
토론방에서 네티즌 ‘안명규’는 “게시판의 익명성보다
국회의원의 ‘아니면 말고’가 더 무섭지 않냐”며 의원들의
잘못부터 고쳐야 한다고 썼다.

반면 ‘다음’ 게시판에서 네티즌 ‘ls-w1221’는 “요즘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성인 광고글 그리고 비난 글이 대부분이다”며
“실명제야말로 입이 가벼운 현대인들의 버릇을 고쳐 줄 수 있는
회초리와 같다”고 주장했다. ‘출사표’라고 쓴 이는
“실명제로써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당당한 대화와 비판 그리고 충고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얼굴없는 비판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테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등 야 3당이 인터넷실명제를 추진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의 게시판에서 네티즌
‘하재환’은 “큰 도둑이 작은 도둑을 잡는 허망한 세상”이라며
“실명제가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다.
어떤 제도나 형식에도 장단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실명제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의도를 궁금해 해야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bgshin’도 “실명제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야 3당이 하는 짓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정치인들이 득실이 없었다면 이 인터넷에
관심이나 가졌겠는가”라고 물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