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정보의 바다'가 '범죄의 바다' 
 
[머니투데이 2005-03-24 10:40] 
 
 
[머니투데이 성연광기자]2015년 3월 15일 토요일 서울 여의도에
사는 회사원 김씨의 아파트. 온 가족이 모여 인터넷 통합망을 통해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미국 순방에 나선 대통령 부부의
소식이다. 순간 김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대통령 부부의 미국
도착 소식을 알려야 할 자막에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광대역통합망(BcN) 네트워크에 침입해 각
가정에 전달되고 있는 방송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 일명 `유비쿼터스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가상 상황이다.
문제는 이 정도는 애교일 수도 있다는 것. 단순히 자막을 조작한
게 아니라, 순식간에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슈퍼 웜'을
유포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유비쿼터스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공기를
마시 듯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사무실이 아닌 어느 곳에서든지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허리띠에 붙어 있는 컴퓨팅 장치로 온갖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시대는
그 기술이 가져 올 혜택만큼이나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개인 정보나 구매 내역이 기업들 사이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공유되고, 언제 어디서나 접속되는 네트워크는 수많은 감시
카메라의 역할을 할지 모른다. 정보 오류, 유츨, 해킹, 스팸
등으로 인한 피해는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현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해지고, 심지어 일부 계층이 정보를 독식하는 이른바
`정보 독점' 현상까지 가져올 수 있다. 조지오웰의 `빅브라더'
세상이 현실화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셈이다.

◇뛰는 '사이버 범죄'에 기는 '보안의식'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준비되는
유비쿼터스 전략은 지나치게 기술과 사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칫 우리 사회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 사이버 역기능 문제에
대해서는 컨센서스조차 제대로 형성이 안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만큼이나
바이러스, 해킹, 사이버 중독, 정보격차 등 역기능은 커지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2003년 11만1202건이던 해킹,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인터넷 침해사고는 지난해 13만7323건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해마다 피해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보안 불감증은 여전하다. 사고가 터지면 그때만 반짝 이슈가 될
뿐, 정부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의 보안 투자는 여전히 후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IT투자 순위에서 보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3%대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왔다. 기업들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개인 PC사용자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오염된 이메일을 열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PC가
타인의 컴퓨터를 공격하는 중간 매개체로 이용 당하는데도 이에
대한 죄의식이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민간 인터넷 사업자들은 물론 정부공공기관에서조차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방비로 방치하고 있다.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이 최근 정부기관 및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 100곳을 점검한 결과 34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인터넷 최강국의 실종된 사이버 윤리

음란물, 폭력물 중독, 온라인 성매매, 인터넷 사기 등 사이버 문화
수준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는 200여명의 수능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커닝을 했다가 적발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디지털 문명의 이기나 다름없는 `휴대폰'이 청소년들의 범행도구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이 일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엔 인기 연예인들의 신상과
소문들을 집대성한 `연예인 X파일'사건이 또 한차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인터넷의 가공할만한 전파력을 간과한 채 무책임하게
이를 제작 유포한 관련 업체의 문제도 있지만, 여기엔 인터넷에서
색다른 '흥미'만을 쫓고 있는 대다수 네티즌들의 집단적 관음증이
합작으로 만들어냈다는 게 중론이다.

인터넷에 무방비로 청소년들에게 노출돼 있는 음란 폭력물들은
다시 현실세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성폭행, 강간 등 수많은
모방범죄를 유발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선 청소년들이 직접
음란물, 폭력물 사이트를 만들거나 사이버 성매매를 주선하는
범죄자로 둔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10대와 20대의 청소년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가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2~3배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엔
중 고교 폭력조직인 일진회의 조직규합 및 확장을 위한 도구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e메일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서 매일 쏟아지는 광고, 음란 스팸을
지우는 일은 이미 인터넷 사용자들에겐 일상화된 지 오래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보통신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들이 앞다퉈 스팸메일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국내외에
무작위적으로 뿌려지는 스팸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
최강국, 대한민국 사이버 문화의 자화상인 것이다.

◇잃어버린 한쪽 날개를 찾아서

현재 세계 각국은 현재 유비쿼터스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세계 초일류 인터넷 강국'
지위를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잃어버린 한쪽 날개'를 되찾아야한다는
지적이다. IT가 한 쪽 날개라면 그 역기능을 해소할 문화적,
제도적 기반은 반대쪽 날개다.

이제부터라도 사이버 역기능 해소를 위해 우리 사회 모든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염흥렬 교수는 "급진전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 및 문화가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제대로 된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기 위해선
각종 사이버 역기능 해소에 범국가적인 컨센서스를 이루고 이같은
기반 하에 정부와 민간, 이용자들이 참여주체로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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