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13(화)

[기고] 전자정부의 꿈… 주민등록번호 관리부터 

 
우리의 공공부문 정보화 수준은 외형적으로는 국제화와 세계화를
말할 수있다. 2002년 10월 미국의 브라운 대학이 전세계 198개국
정부가 운영중인1,000여개의 웹사이트 대상 20개 항목 평가결과
세계2위라고 발표한 것이나 서울시가 전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전자정부로 평가 받은 것이이를 대변해 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 하나가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의 시스템에 접속해 시민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그 번호가 바로 암호화된다. 그러나
서울시 시스템에는 이런기능이 아예 없다. 자료를 내려 받을
때에도 사전의 바이러스 감염체크 기능이 없어 이용자가 불편할 뿐
아니라 중요한 정보의 대량유출과 대형 행정 착오사고 요인이 항상
잠재해 있다. 

정부는 전자서명, 인증체계 정비와 병행하여 암호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보보호 시스템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정보보안 체제를
구축하고 침해사고에 대한 정보공유와 분석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
정보의 보안이다. 

한국 정보보호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3일부터 24일까지
네티즌 들에게서 개인 정보보호침해 소지가 있는 웹사이트 신고를
받은 결과 263개사이트가 접수됐다. 인터넷 쇼핑몰, 사주 팔자,
동창회 사이트들로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정보가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안전
보완장치가 빠져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웹사이트에
가입되어 있어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
같은 사례에서 피해자 본인의 불찰로만 돌릴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행정자치부에 주민등록번호 오류여부를 문의한
계좌는3억 7,399만개 이었으며 이중 1.1%인 398만 개가 잘못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금융기관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고객
정보관리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사례다. 그러나
이는 주민등록 번호가 단순히 잘못 입력된 경우만 포함한 수치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무단으로이용해 계좌를 개설한
경우 등을 포함하면 실제 잘못된 사례는 엄청날 것이다. 

은행의 이 같은 오류는 인터넷에서조차 보편화된 주민등록번호
확인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고객이 작성한
계좌개설신청서의 주민등록번호가 행정전산망이나 국세청전산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거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자정부 추진에서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
예산낭비와부족, 기존시스템과의 연계성 미약, 법 제도의 미비,
담당인력의 양적.질적 부족, 정보격차 등이 선진 정보화의
걸림돌로 지적되곤 했다. 그러나근본적인 잘못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관리 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전자정부는 기술관료적, 감시적 정부가 아니라 소박한 일반시민을
위한효율적 대민 서비스의 민주적 정부를 지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정보 보안을 바탕으로 한, 기본에 충실한 국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은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민등록번호 하나에서 소중한 민주의식이 싹트고, 여기에 IT강국
대한민국의 알찬 꿈이 담겨 있다는 것을 당국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