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2(월)
‘주민증 지문날인’ 반대운동 번져
여고생 거부 계기로
‘반대연대’헌법소원 내기로
“대안없는 반대 안돼”반론도
“인권침해엔 대안 필요없어”반박
지난달 12일 충남 천안에서 만 17살이 된 여학생이 주민등록증
발급을 신청하면서 지문 찍기를 거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문날인’ 찬반 논쟁이 인터넷에서 뜨겁다.
2001년 8월 주민등록법 개정을 위한 행동연대, 지문날인 거부자
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과 네티즌들이 구성한 ‘지문날인
반대연대’(finger.or.kr)는 이 학생과 함께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기로 하고 헌법 소원에 동참할 지문날인 거부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는
최근 2주 동안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일부 네티즌들이 “어린 학생을 이용해서 이상한 일을
한다”거나 “지문을 찍지 않으면 범죄수사 등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는데, 점차로 지문날인
제도의 폐해와 대안 등을 둘러싼 논의로 초점이 옮겨졌다.
네티즌 ‘지문날인 반대’는 ‘자유발언대’에 올린 글에서
“개인의 정보를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통제한다고 해도 이렇게
열렬한 찬성을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지…”라며
“(지문날인이) 없으면 마치 큰 일이 날 것처럼 이야기들을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열손가락
지문의 강제 채취를 왜 안하고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네티즌
‘새처럼’은 “매우 익숙해져 있는 관행이나 제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하지만 지문날인 제도에
찬성하는 건 자신이 지문을 찍어도 좋다는 의미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제로 지문을 찍게 하겠다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잠깐’이라는 아이디를 쓴 이는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문날인은 개개인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최소 정보라 생각된다”며
“만약 위조된 주민등록번호를 구분한다면 어떤 것으로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문날인 반대보다)
주민등록번호 남발에 반대하고 싶다”며 금융거래가 없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 등을 막는 게
도리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icaesar’는 “지문날인과
같은 일련의 사안이 개인 고유의 정보 유출이나 신체의 자유 등과
같은 것을 침해하는 성질을 띤 것이라면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진정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은 대안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문날인 반대라는 명분만 내세우며
대안이 없다고 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 ‘행인’은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 게 아니라 대안이라는 걸 설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범죄수사와 같은) 경우까지
지문날인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전국민에 대해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지문날인제도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kn’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한 고등학생의 헌법 소원은
분명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불완전한 지문날인제를 무비판적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며 “나아가 대체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행동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논쟁보다 조금 앞서 쟁점이 됐던 미국의 비자면제국을 뺀
외국인 입국자 대상 지문채취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부정적인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 묘한 차이를 보였다. ‘다음’이 지난달
7일부터 17일까지 벌인 이에 대한 즉석투표에서 전체 4526명의
참가자 가운데 19.4%만이 ‘테러방지를 위한 미국의 고육책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76.6%는 ‘인종차별이므로
완전철회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