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27(화)

얼굴없이 살아온 30여년  

 
 “이름은?” “조○○”, “나이는?” “아마 서른 다섯쯤 됐을
겁니다.”

27일 오전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서울 동작구 사당역 대합실에서
동료 노숙자와 싸우다 붙들려 온 조모씨를 조사하던 경찰관이
난처해 하고 있었다. 이름 석자 외에 조씨가 아는 인적사항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20여년전 전남 목포 한 보육원에서 친구와 함께 나온 뒤
그동안 노숙하면서 구걸로 살아 온 터라 이름과 보육원을 나올 때
11살 정도였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조씨는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은 적이 없어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조씨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군대를 가지도
않았고 아파도 병원에 한번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을
노숙생활로 지내오면서 주위에서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다 보니 조씨를 입건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은 그가 있었다는 보육원을 수소문했으나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됐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지문조회도 의뢰했으나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조씨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고 조씨는 “집(사당역)으로 간다”는 말을
남긴 채 경찰서를 떠났다. 

나기천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