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3(화)

인터넷 신상정보공개 위험수위  
 
 
 `탕치기` 다방종업원 주민번호등 무차별 공개
`헌터` 동원 청소년 약취·감금 탈법일삼기도
‘이름 △△△, 나이 17, 주민등록번호 880129-201×××, 주소
부산시 사하구 ○○동 615-×××.

호주 ○○○, 휴대폰번호 011-9668-×××× , 사진첨부-사례는
충분히 하겠으니 내 돈 떼어먹고 도망간 이××를 찾 아주세요.’
다방업주가 인터넷에 남긴 글이다.

흉악범을 공개수배하는 경찰도 이렇 게는 못 한다.

휴게음식점, 즉 다방업주들이 ‘선불금’을 받아 챙겨 달아난
여종업원 의 신상명세를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이들 여종업원 가운 데 80% 이상은 미성년자다.

다방업주들은 회원 수십만명인 인터넷 사이트 ‘대자보’난에
‘선불금 도주 용의자’를 현상수배하고 있다.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선불금을 받고 잠적했다는 여성
30여명의 얼 굴사진에서부터 해당 여성 호주의 전화번호에
이르기까지 개인정보를 여 과 없이 올려놓았다.

업주들은 “또 다른 탕치기 피해업주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고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다방에 위장 취업하는 여자들을
공개하고 있을 뿐”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방 여종업원의 판단은 다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차 를 배달하는 이모(19) 양은
“다방업계에도 술집들처럼 선불금이 만연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성년자에게까지 선불금 수천만원을 준 다음 이자만으로
본전을 뽑는 업주가 대부분이라 선불금 탕치기 운운하 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업주가 여종업원을 수배하듯, 이 여성들 사이에서는 악덕업소
리스트와 주의사항이 나돈다.

‘전라도 보성에 있는 △△다방과 경기도 ××다방 은 이자에 죽는
곳이니 피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선불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족쇄다’….

업주와 아가씨 사이에서 빌붙어 사는 ‘헌터’들도 버젓이 활동
중이다 .

스스로를 ‘현금사냥꾼’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탕치기 언니들의
개 인 정보만 알려주면 어디에 있든 보름 안에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서울 Y상사에서 근무한다는 이 남성은 “달아난 여자를 찾은 다음
업주에게 연락해 사례금을 받고 있다.

여자와 관련된 모든 번호를 다 파 악한 상태라 잡는 건
시간문제다.

월 5, 6건씩 의뢰받고 있다”고 전했 다.

명예훼손, 미성년자 약취뿐 아니다.

강제로 가둬두기도 한다.

실제로 “9월에 ××지역에서 돈을 떼어먹고 도망간 ○○○를
잡아놓고 있으니 업주는 빨리 연락하라”고 불법 감금 자행 사실을
시인하는 헌터도 있다 .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고소해오면 명예훼손
혐 의로 업주를 입건할 수 있을 뿐더러 미성년자와 선불금 계약
또한 무효 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사이트와 업주들을 적극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흥음식점중앙회도 2년 전 같은 이유로 유흥업 종사자의 신상을
공개 ,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전국 16개 시·도, 231개 시·군·구를
조사했더니 , 다방의 50.4%가 ‘티켓’ 영업 중이었다.

이들 다방의 74.3%는 청소년 을 고용하고 있었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