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2(월)

“갈 대학은 정했나요?” “전화번호는 어떻게…”  
 
 
정시 접수 마친 수험생에 전문대 홍보 전화 쏟아져
개인정보 마구 유통 의혹

“아드님 대학 진학이 결정되셨습니까 아드님께서 저희 학교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고3 아들을 둔
조영희(56·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는 최근 인천에 있는
ㄱ전문학교에서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조씨가 “우리 아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나는 학교 쪽에 임시 고용된 텔레마케터여서 아무 것도
모른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조씨는 4년제 대학 정시모집 접수가 끝난 지난달 15일부터
20여곳의 2, 3년제 학교들에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에 홍보
문자메시지도 10여차례 날아들었다. 몇군데 학교에 아들의
개인정보 입수 경위를 캐묻자, 학교 쪽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학교 설명회에서 직접 받은 상담신청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2,
3년제 학교 진학에 뜻이 없는 아들은 이들 학교의 설명회에 가본
적이 없었다.

지난달 초 전국 158개 전문대학과 598개 전문학교 등 780여개
2~3년제 학교들의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수험생들에게 이들
학교의 홍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락을 받은 수험생들 대부분이 이들 학교에
개인정보를 준 적이 없다는 반응이어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군 집에 홍보 전화를 걸었던 서울 동대문구 ㄱ정보전문학교
관계자는 “학교 입학설명회를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를 입수하지만 더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입학설명회
이외에 ‘부적절한’ 개인정보 입수 경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박준우 함께하는시민행동 개인정보보호팀장도 “학생 연락처와
성적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며 “학교나 대형 학원, 인터넷 원서접수 사이트 등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들에 각별한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