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6(금)

지나친 규제 ‘정치개혁’ 족쇄로 
 
 
 =［유권자의 힘, 시민의 힘］2. 유권자운동 막는 선거법=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명단 발표 이후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거리로 나오는 순간 불법이다. 일반 유권자들은
인터넷에 함부로 글을 올리거나 낙선·낙천자 명단을 퍼 나를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일반 유권자들의 선거참여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 참여 가로막는 선거법=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시민불복종운동’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합법적인 공간에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가두서명,
피케팅, 플래카드, 확성기 이용은 물론 2명 이상이 구호만 외쳐도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된다. 16대 총선 때 시민연대 대표자들은
공천반대자 이름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다 적발돼
사전선거운동, 시설물 설치, 불법집회, 불법인쇄물, 연호금지 위반
등 무려 8개의 죄명으로 기소됐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현행 선거법이 과도하게 방법상
규제를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선거법에 걸리지 않고
낙선운동을 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온라인 낙선운동으로의
방향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개정 선거법 역시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조항은 그대로 두는 방향으로 추진돼 시민단체로서는
홈페이지에 낙선자 명단을 게재하는 외에 실질적인 유권자운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조직 설치 금지조항에 묶여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자발적인 팬클럽 결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의해 고발당한 ‘국민의 힘’
이상호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로 국민의식이 고양되고 다양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음에도 여전히 규제 위주의 20세기 선거법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안은 뭔가=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돈·조직 선거만 막을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과도한 선거법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승헌 변호사는 “국민주권 측면에서 우리
선거법은 자발적인 참여나 공적인 입장에서 선거운동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우리 선거법이 외국에 비해 규제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단체의 난립이나 위장 시민단체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비영리법인으로
대상을 한정해서라도 선거법 87조(단체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예외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의 자발적 선거운동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소한 인터넷만큼은 전자서명제나 인터넷 실명제 등 장벽을
두기보다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경향신문)